1. 업적 나열에 숨은 의도
최 교수는 축사 앞 부분에서,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업적들을 쭉 나열해요. 이를 테면,
✅ 김대중 대통령에 호소하는 신문 기고문을 써서 동강댐 건설 직전 백지화 하는 데 성공하며 졸지에 환경운동연합 공동 대표가 된 일.
✅ 이명박 정부의 대운하 4대강 사업에 항거하다 온갖 불공정한 핍박을 당한 일.
✅ 어쩌다 호주제 폐지 운동에 가담해 헌법 재판소에 불려가 과학자의 의견을 변론했는데 한 달 만에 헌법 위헌 판정이 내려지며 남성으로서는 최초로 '올해의 여성운동상'을 수상한 일.
✅ 2012년, '제돌이야생방류시민위원회' 위원장으로 추대되어 제돌이와 그의 친구 돌고래들을 고향 제주 바다로 돌려보낸 일.
✅ '일상회복지원위원회' 공동 위원장을 맡아 K-방역이 세계의 칭송을 얻는 데 힘을 보탠 일.
✅ 노무현 정부를 설득해 동양 최대 규모의 생태학 연구소인 국립생태원을 설립하고 초대 원장으로서 봉사한 일 등등...
어떤 이는 '자기 자랑'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자기 자랑이면 어떤가요? '자랑'이라는 말이 부정적인 의미로 자주 사용되지만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성장 동기 부여를 줄 수 있는 건강한 자랑이라면 널리 공유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요?
최 교수가 이 많은 업적들을 나열한 진짜 이유는 진정성을 더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연구와 교육을 게을리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하면서도, 다양한 사회적 부름에 종종 자신의 목까지 내걸며 참여한 이유를 혼자만 잘 살 수 없었던 '그놈의 양심'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입으로만 번드레하게 양심을 논하는 어른들이 가득한 사회에서, 믿고 따를 수 있는 어른의 존재는 무척 귀합니다. 최 교수는 자신의 양심적인 행동들을 나열함으로써 후배들에게 '양심을 가져라'라는 말 한 마디 없이 양심의 중요성을 설파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