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2005년 스탠퍼드 졸업식 축사에서 '우리 인생에서 경험은 점이고, 그 점들이 이어져 인생이 된다'라고 한 말은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유명합니다. 여러분은 이 말을 믿으시나요? 저는 100% 믿습니다. 오늘의 일글레는 제가 어떤 '점'들을 연결해 바로 여기, 일글레까지 도달하게 되었는지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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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을 연결해 나가고 있는 저의 지난주 모습입니다... 끙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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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부모님은 칭찬이 후한 편이 아니었어요. 어렸을 때부터 '잘못된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어떤 일을 잘함으로써 칭찬을 받아본 경험은 그리 많지 않았어요. 그래서였을까요? 초등학교 4학년 때 동시를 쓰는 수업에서 "수진이는 글을 참 잘 쓴다"라는 선생님의 칭찬이 제게는 '폭발음'처럼 들렸어요. 그 후부터 '발표는 모범생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던 제가 국어 수업 때만큼은 적극적으로 손을 들었고, 백일장 대회에 나가 열심히 글을 써서 상을 탔어요.
사람의 재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칭찬이 중요해요. 특히 어린아이라면 더욱더요. 자신이 어떤 재능을 가졌는지 아이들은 잘 알지 못하니까요. 칭찬을 듣고 룰루랄라 기분 좋음으로 끝내느냐, 칭찬을 동기 삼아 재능을 키워나가느냐는 칭찬을 들은 이에게 달린 문제이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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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능시험을 앞두고 친구들은 여기저기 수시를 알아보는데, 세상 물정 몰랐던 저는 '어떻게든 되겠지'하며 천하태평하게 놀았어요. 다행히도 저에겐 수능의 쓴맛을 먼저 본 언니가 있었고, 저 대신 언니가 수시를 넣을 만한 대학을 알아봐 주었어요. 언니가 "숭실대학교 문예창작학과 한 번 넣어볼래?"라고 했을 때, 저는 "문예창작학과가 뭐하는 덴데?"라고 되물었어요. 언니도 잘은 모르겠지만 네 주제(?)에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넣어보기라도 하라고 했어요(언니들은 원래 그래요?).
문예창작학과가 정확히 무엇을 배우는 학과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저와 잘 맞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나름 열심히 논술 시험을 준비해 언니를 데리고 시험을 보러 갔죠. 시험을 끝내고 나오면서 캠퍼스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던 언니에게 외쳤어요. "나 여기 붙은 거 같아!" 이상하리만큼 확신이 들었거든요. 제 확신은 현실이 되었고, 직감과 자신을 믿게 된 최초의 순간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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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작가가 꿈이었던 저는, 대학 3학년 때 휴학을 하고 EBS에 들어갔다가 한 달도 채 버티지 못하고 나왔어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저에게 방송국은 너무나 무서운 곳이었거든요. 졸업을 코앞에 두고 여러 회사들에 지원해 봤지만, 저를 받아주겠다는 회사는 단 한곳도 없었어요. 더 정확히 말하면 제가 어떤 회사에 지원할 수 있을지조차 몰랐죠.
다행인 건, 제가 방학 때 한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는 거예요. 방학 동안 집에 있기 싫어서, 무려 약 1시간 30분이 넘는 거리의 출판사까지 다니며 알바를 했는데, 대표님께서 제가 글을 잘 쓴다며 동화책을 써볼 기회를 주셨어요. '저자'가 되는 첫 번째 경험이었죠. 게다가 출판사에 정규직으로 취업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까지 주셨어요. 주제도 모르고 눈만 높았던 지라 작은 출판사에서 첫 사회생활을 하는 게 괜찮을까 싶었지만, 돌이켜보면 저에게는 한줄기 빛과 같은 제안이었죠.
고작 '집에 있기 싫어서' 하게 된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저에게는 첫 번째 직업이 되었어요. 어떤 일은 꼭 하고 싶어서 하게 되기도 하지만, 또 어떤 일은 하기 싫은 것을 피하다가 하게 되는 일들도 있어요. 전자든 후자든, 여러 경험을 하고 문어발을 걸쳐놓는 것이야말로 기회를 만드는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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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일도 적성에 잘 맞지 않아 1년 만에 (또) 그만두었어요. 출판사 아니면 내가 갈 곳이 없겠냐! 하며 호기롭게 그만두었지만, 출판사에서 일한 시간만큼 집에서 백수 생활을 해야만 했죠. 그러다 아주 우연히 '글을 잘 쓰는 것'이 최우선 채용 조건인 IT회사의 PR담당자로 우여곡절 끝에 취업을 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로켓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을 경험했습니다. 로켓처럼 빠르게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빠르게 실패하고, 빠르게 다시 도전하고, 동시에 수십 가지 일을 해내야 합니다. 처음엔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지는 뱁새의 신세였지만, 동료들이 일하는 방식을 보고 배우며 스타트업에 적합한 사람으로 빠르게 성장해 나갔습니다.
스타트업 정신을 배우지 못했다면, 퇴근 후 졸린 눈을 비비며 브런치에 에세이를 쓸 생각은 못했을 거예요. 내가 뭐라고, 50곳이 넘는 출판사에 투고할 생각도 못했겠죠. 별다른 작가 경력이 없었던 제가 어떻게 첫 에세이를 출간하고, 어떻게 회사에 다니는 동시에 글쓰기 강의와 기고를 할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저는 '스타트업 정신'이라 쓰고 '하면 된다'라고 말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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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째 점. . . . . 일하고 글 쓰고 말하는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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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출간하고 나니 여러 곳에서 글쓰기 강의나 모임장 자리를 제안해 주셨어요. 기본 바탕은 'I(내향성)' 재질이나 약간의 관종 끼가 있는 저는 단 한 번도 거절하지 않고 모든 제안에 응했죠. 사람들 앞에서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제가 글을 쓰는 일만큼이나 '글쓰기를 이야기 하는 일'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강의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는 모든 에너지를 다 소모해 물 한 잔 마실 힘도 없지만, 내가 가장 잘하는 일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살면서 느껴보지 못한 뿌듯함과 희열을 안겨주었어요.
세상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에요. 저는 강원국 작가님, 유시민 작가님보다 글을 잘 쓰지는 못해요. 과연 내가? 감히 내가? 글쓰기에 대해 말할 자격이 있을까 싶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약 5년 동안 작가로서 점을 이어오며 알게 되었어요. 저는 회사원으로 살면서 마주치는 작고 작은 일들을 읽을 가치가 있는 에세이로 만들거나, 회사원 겸 작가로 살아가는 방법과 그 삶을 글로 쓰고 말하는 일만큼은 자신이 있다는 것을요. 그리고 생각보다 이러한 재능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도요. 이것이 바로 일글레를 만든 이유이자, 요즘 제가 찍고 있는 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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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레터에 지금의 저를 작가로, 일글레 발행인으로 만든 모든 '점'에 대해 다 쓸 수는 없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점을 다섯 개로 요약해 보았어요. 당시엔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몰랐지만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하나하나의 경험들이 연결되어 지금의 저를 만들었네요. 때로는 점이 끊어지는 순간도 있겠죠. 그래도 다시 처음부터 하나하나 점을 이어가다 보면 5년 뒤, 10년 뒤의 저는 또 상상도 못한 모습으로 성장해 있으리라 믿습니다.
여러분의 점은 어디에서 시작되었나요? 그리고 지금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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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면 다시 한 걸음 한 걸음 이어서 올라가자구요 끼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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