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 작가님은 북토크를 시작하기에 앞서 당부의 말씀을 전했어요. 북토크가 진행되는 동안 사진 촬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김영민 작가님은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 싫대요. 얼굴이 알려진다는 건 자유를 잃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어크로서 출판사 담당자분들은 슬프겠지만)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섭외도 거절했고, 모든 인터뷰 칼럼에 달랑 옆모습 사진 1장만 쓰고 계시죠.
베스트셀러 작가이기 때문에 '김영민 작가'를 아는 사람은 많지만, 그의 얼굴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사실 북토크에 가기 전, 시간이 좀 남아 근처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하고 있었는데요. 그때 제 옆에 중년의 남성분이 앉아 계셨어요. '혹시 김영민 작가님이신가?'했지만, 생각해 보니 제가 작가님의 얼굴을 정확히 모르겠더라고요. 만약 제가 작가님의 얼굴을 알았더라면 작가님을 알은체 하고, 그의 시간 중 일부를 훔쳤겠죠. 그런데 어디, 저 같은 사람이 한둘이겠어요?
몇몇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자신의 책 표지에 대문짝만 하게 얼굴을 걸어놓는 게 보기가 안 좋다는 김영민 작가님의 말에, 속으로 뜨끔했어요. 자신의 책에 얼굴을 대문짝만 하게 걸 수 있을 정도로 '얼굴이 간판'인 작가들이 부러운 적이 있었거든요. 특히 SNS가 발달하면서 작가들은 연예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유명세가 본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과연 얼굴로 쌓아 올린 유명세가 영원할 수 있을까요? 참석자들을 한바탕 웃게 만드신 한 마디가, 저를 한참 동안 생각해 보게 만들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