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운명을 믿으시나요? 여러분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만나고 있는 사람이 운명적으로 정해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반은 그런 것 같고, 반은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2016년, 출판사 경력밖에 없었던 제가 IT기업의 PR 담당자로 전향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당시 그렇게 큰 대기업인 줄 몰랐던 곳에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봤지만, 아니나 다를까 탈락하고 말았죠. 그런데 한 달 뒤, 다시 면접을 볼 수 있겠냐는 연락이 왔어요. 고민하다가 재면접을 봤고, 저는 그때부터 완전히 새로운 커리어를 펼쳤습니다. 이후 알고 보니 한 달 앞서 합격했던 사람이 IT 분야에는 능하나, 그 자리에 잘 맞지 않았던 모양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그 자리를 떠났지만, 저는 남았죠.
만나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저에게는 10년 넘게 인연을 맺고 있는 친구들이 있어요. 성인이 되어서는 친구가 셋만 되어도 많은 거라고 하던데, 그 기준에 비하면 저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10년 지기 친구들이 있죠. 희한하게도 저는 이 친구들의 첫인상을 모두 기억해요. 당시에는 잘 모르던 사이였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쟤랑 친구가 될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던 거죠. 한번 사람을 사귀면 오래도록 사귀는 것 같지만, 사실 저에게는 끊어낸 인연도 많아요. 어떠한 부분에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버틸 수 없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으면, 꽤 단칼에 인연을 잘라내는 편이에요. 그러니까 지금 제 곁에 남아있는 사람들 역시 일부는 운명적이었고, 일부는 스스로 개척한 인연인 거죠.
"자네한테 살려줘서 고맙다고 말한 적이 없군"
-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댄 중위 대사 중 -
댄 중위는 전장에서 두 다리를 잃었지만, 이후 포레스트와 함께 새우잡이 사업에 성공해 제2의 삶을 살게 돼요. 그는 포레스트에게 살려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바다에 뛰어들어 그동안 열심히 운동한 두 팔로 자유롭게 헤엄을 칩니다. 절반은 운명, 절반은 내 몫. 여러분의 초콜릿 상자에는 어떤 초콜릿이 들어 있었나요? 그 초콜릿은 여러분의 직업과 인연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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