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다니면서 매주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그런데 저에게는 못할 만큼 힘든 일도 아닙니다. 이미 약 10년에 걸쳐 습관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죠. 주말이 되면 몸이 저절로 노트북 앞에 가서 앉고, 출근길 지하철에 올라타면 자연스럽게 가방에서 책을 꺼내 책을 읽습니다. 그렇게 해야겠다고 힘을 들여 '생각'하지 않아도 모든 것이 '자동화' 되어 있습니다.
주말마다 창작의 고통을 느끼고, 아침 출근길에 사람들로 붐비는 지하철에서 책을 읽는 일이 보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오히려 고통을 즐기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글을 쓰는 멋진 시간을 보내고, 책을 읽으면서 (책으로 주변 환경을 차단하고)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 것은 도저히 끊을 수 없는 행복감을 줍니다. 무엇보다 그렇게 쌓인 결과물들이 주는 뿌듯함은 확실한 '진짜 보상'이죠.
반면 저에게는 잠들기 전 30분 혹은 그 이상 숏폼을 보는 습관도 있습니다. 자동 로그인이 되어 있고, 앱을 켜자마자 추천 숏폼이 뜨니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숏폼을 볼 수 있습니다. '내가 왜 시간을 죽여가며 남의 사생활을 보고 있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숏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예요. 깊은 감정을 느끼는 것도 힘들 만큼 피곤한 하루의 끝에, 감정을 쏟지 않으면서 무언가를 보며 즐기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죠.
그런데 막상 다음날 아침이 되면, 저에게 남는 것은 즐거움이 아니라 허무함이에요. 즉각적인 보상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은 사례죠. 아무렇게나 잘라 붙이고 이어 만든 영상들, 의미도 없는 누군가의 몇 초짜리 순간들을 보며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즐거움'이라는 가면을 쓴 가짜 보상입니다. 그 점을 깨달았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전히 이 습관에서 완전하게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어요. 그것이 습관의 심리를 잘 이용해낸 숏폼이 승승장구하고 있는 이유겠죠.
어떠한 일을 비교적 쉽게 이루고 싶다면 습관을 이용하세요. 몸이 저절로 움직이도록 자동화해두면 목표를 향해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새롭게 마음을 먹어야 하는' 짐을 덜어낼 수 있습니다. 다만, 습관은 한 번 자리 잡으면 고치기 힘들다는 습성 때문에 좋은 습관에게는 큰 강점으로, 나쁜 습관에게는 중독으로 작용됩니다. 따라서 진짜 보상과 가짜 보상을 명확히 구분하여, 가짜 보상에 속아 허우적거리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합니다.
요즘 저는 숏폼을 시청하는 습관을 끊는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숏폼 시청하지 않기'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영어교육앱 스픽 앱으로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데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앱을 켜고 싶을 땐 스픽 앱을 켜고, 매일 도장 깨기 하듯 한 챕터씩 공부를 하죠. 개인적으로 '감정소모'가 되지 않는다는 점, 게이미피케이션이 적용돼 의외로 재미가 있다는 점에서 숏폼을 보는 것과 거의 동일한 즉각적인 보상을 느끼더라고요. 게다가 '영어 실력 향상'이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니, 나쁜 습관을 좋은 습관으로 밀어낸 괜찮은 방법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