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 1. 일단 다 집어넣고 보자 형
A가 쓴 문서는 늘 백과사전처럼 빼곡하고 장수가 많았습니다. 처음엔 '준비를 많이 했나 보다'라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면 그저 모든 내용을 다 집어넣기만 한 문서였어요. 너무 내용이 많아서 원하는 내용을 단번에 찾기 어려웠고, "그 내용은 어디에 있나요?"라고 물으면 A는"9페이지에 있잖아요"라며, 마치 읽는 이가 꼼꼼히 찾아보지 않은 것처럼 답했습니다. 저는 A의 문서를 '모든 것이 다 들어있지만 읽기 어려운 문서'로 분류했습니다.
빌런 2. 단팥 없는 단팥빵 형
B와 이메일을 주고받을 때마다 고구마를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모호한 표현이 난무해서 도대체 무엇을 요청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고, 중요한 항목들이 빠져 있었거든요. 열 번을 읽어도 이해되지 않는 문장을 이해하려 힘 쓰다가 결국 A의 자리로 찾아가는 일은 읽는 이의 몫이었습니다. 방금 보낸 이메일이 무슨 뜻인지 묻자 B는 그제서야 구두로 설명했습니다. 이런 일은 늘 반복되었고 저는 B의 이메일을 '단팥 없는 단팥빵'으로 분류했습니다.
빌런 3. 오해하지 마세요 형
C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묘하게 비꼬는 말투가 느껴져서 감정이 상했습니다. 직접 대면해서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딱히 그런 점이 느껴지지 않아 제가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건가 싶었죠. 하지만 어느 날은 C의 메시지를 받고 도저히 이건 아니다 싶어 C에게 잘못된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대해 피드백을 주었습니다. 그러자 C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오해하지 말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그후로 C의 메시지를 '굳이 친절하게 답변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분류했습니다. C도 오해하지 않길 바라면서요.
위 소개해드린 세 가지 유형 외에도 일터에서의 부족한 글쓰기 능력은 다양한 형태로 발현됩니다. 토론토 대학교 조던 피터슨 심리학과 교수는 한 강의에서 "잘 쓴 에세이를 채점하는 것은 쉬운 일이지만, 못 쓴 에세이를 채점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단어도 잘못 쓰고, 문구나 문장도 이상하고, 문장의 순서도 잘못되어 있고, 문단들이 서로 연결이 안 되어 있는 등 못 쓴 글에는 각기 다른 문제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고치려면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죠.
그렇다면 글쓰기 빌런은 어떻게 해야 글쓰기 실력을 높일 수 있을까요? 저는 단 며칠 만에 글쓰기를 완전히 탈바꿈한 인턴 사원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