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인 건 제가 올해 5월부터 '주간일기'를 쓰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서른이 넘은 후부터 일주일만 지나도 내가 지난주에 뭘 했는지 아니, 어제 뭘 했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거든요. 매일 일기를 쓰는 건 자신 없으니 딱 일주일에 한 번, 한 주간 있었던 일들을 적어보기로 했죠. (저는 엑셀에 일기를 씁니다. 공책에 직접 글씨를 쓰는 방법은 개인적으로 잘 맞지 않더라고요.)
한 행 한 행, 일주일씩 거슬러 올라가 보니 생각보다 제가 한 일들이 너무나 많더라고요. 5월에는 오랜만에 큰 행복을 느꼈던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고, 6월에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출판사에 투고를 함과 동시에 기고 활동을 했고, 7월에는 생일을 맞아 부산 여행을 다녀왔고, 8월에는 회사 동료들과 무더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축구를 했고, 9월에는 일글레를 시작했고, 10월에는 영어 공부를 시작해 회사에 스터디까지 만들었죠.
이 모든 것들을 매일 회사에 출근하는 일상과 동시에 해낸 나 자신에게 다시 묻습니다.
"정말 올해도 훅 갔어?"
더 열심히, 더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은 없어요. 저에겐 하고 싶은 일도, 꿈도 많으니까요. 다만 전략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내 마음만큼 몸도 따라주면 좋겠지만 무조건 더 열심히, 더 많이 움직이기에 제 몸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대상포진이 완전히 나을 때까지 조금 더 침대에 누워 내년의 전략을 짜보려고 해요. 올해는 '훅'이 아닌, '잘' 가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