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저는 대학 졸업 후 한 작은 출판사에서 편집자 겸 동화작가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회사 분들과 같이 점심을 먹고 근처에 있는 중고 서점에 구경을 갔는데요. 책을 좋아하지도, 관심도 없었지만, 앞으로 출판편집자를 업으로 삼으려면 억지로라도 책에 관심을 가져야 했죠. (당시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출판 편집자뿐이라고 생각한 우물 안 개구리였거든요.)
서점을 돌고 돌다 우연히 꺼내든 책이 김현유(미키김) 작가의 <꿈을 설계하는 힘>이었어요. 수많은 책들 중 왜 그 책을 꺼내 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스물다섯 삼성전자 신입사원, 서른다섯 구글 상무로 점프하다!'라는 카피가 눈에 띄었던 것 같아요.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저와는 완전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이니까, 말로만 듣던 '구글'에 다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거든요.
책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충격으로 다가왔던 걸로 기억해요. IT회사는 크고, 무섭고, 신기하고, 빠르고, 어려워서 내가 범접할 수 없어도 '멋지다!'는 인식을 처음 갖게 된 거죠. 얼마 후, 저는 작은 출판사를 퇴사하고 꽤 오래 취업준비생으로 지냈어요. 그러다 두 번째 회사는 조금 더 규모가 큰 출판사로 옮겼지만 그곳에서도 금방 퇴사를 했죠.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내가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 출판 편집자가 나와는 맞지 않는 길이라고.
막막했어요. 그런 제가 갑자기 IT회사, 그것도 대기업에 눈을 돌릴 용기가 대체 어디서 났을까 생각해 보면 그 오래전 중고 서점에서 꺼내든 책 한 권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책을 읽기 전까지는 몰랐던 'IT 회사'라는 세계가 나의 세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진짜 가슴이 설레는 곳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꿈이,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속에서 피어나고 있었던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