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는 2008년 세계 경제를 초토화시킨 최악의 금융재앙사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를 다루는 영화입니다. 대학생 때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본 것 같은데, 뜻을 이해한 건 이 영화를 본 최근이었어요.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는 집값이 계속 오를 거라고 확신한 금융권이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집을 담보 삼아 돈을 빌려주고, 그 계약서를 담보 삼아 재투자를 받는 대출 상품을 출시하였는데, 예상과 달리 미국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며 집값이 떨어지고 저소득층 사람들이 돈을 못 갚게 되면서 벌어진 최악의 금융 사태를 뜻합니다. 어려운 경제 용어가 난무해서 그냥 다른 액션 영화나 볼까 하던 찰나, 한 대사가 저의 발목을 붙잡았어요.
"주택저당증권, 서브프라임대출, 트렌치... 굉장히 혼란스럽죠? 지루하고 바보가 된 기분인가요? 그야 당연합니다. 월가는 어려운 용어를 써서 전문성을 과시하거든요. 뭘 하든 참견하지 못하길 바라면서요." - 영화 <빅쇼트> 대사 중
먹고사는 일과 밀접하게 관련된 분야일수록 어려운 용어도 많은 것 같아요. 전문 용어를 몰라도 당장 큰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누군가는 그 전문 용어를 안다는 이유만으로 큰 이익을 챙기고 다른 이의 권리를 빼앗기도 하죠. '너희도 전문 용어를 배우면 될 것이 아니냐'라고 한다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에요.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용어와 지식은 배우고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알고 보면 대단할 것도 없는 말에 '암호'를 걸어 의도적으로 전문성을 과시하고 그들만의 성을 쌓는 일이 계속된다면, 앞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사태보다 훨씬 더 이기적이고 잔인한 일들이 넘쳐나지 않을까요?
저는 이동진 평론가가 네티즌들의 혹평을 보고 억울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편의 영화를 한 편의 글로 요약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인데, 단 한 줄로 요약하여 평을 해야 한다면 우리가 흔히 쓰는 일상어로만 쓰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거예요. 게다가 한 줄 평을 문학의 한 영역으로 본다면, 그의 말처럼 '명징'과 '명확'은 뜻은 비슷할지언정 평론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맛'은 살지 않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명징'이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었을 테니까요.
세상의 모든 어려운 말은 반드시 쉽게 풀어쓰는 방법이 있어요. 한 줄 평처럼 글자수의 제약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죠. 쉽게 풀어 말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말을 고집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그들이 말하는 'Communication cost'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