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신기합니다. 저는 학창시절 내내 주구장창 외웠던 '근의 공식'은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근의 공식은 수학의 기본 중의 기본으로, 잠을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외쳤던 수학 공식입니다. 어쩌면 오락실 게임을 하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동안 근의 공식을 이용해 수학 문제를 풀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 저는 오락실 게임은 기억하면서 근의 공식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요? 저는 그것이 누가 시켜서 했느냐,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했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내가 어떤 일에 재미를 느끼는지 파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하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 이연, <모든 멋진 일에는 두려움이 따른다> 중에서"
사회초년생 시절, 한 면접 자리에서 '무언가에 푹 빠져본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저는 곧바로 이 리듬게임이 생각났습니다. 차마 '게임 중독'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어 적당한 대답으로 무마했지만, EZ2DJ는 제 인생에서 진짜 무언가에 빠져보았던 경험 중 다섯손가락에 안에 꼽는 일입니다. 리듬게임과 비슷한 피아노는 1시간의 연습 시간을 채우는 게 그렇게나 고통스러웠는데, EZ2DJ 게임을 할 때는 5시간을 하고도 집에 돌아가는 길이 아쉬웠으니까요. 정말로 그 일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일이죠.
무언가를 오래도록 기억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누가 시키지도 않은 일에 열과 성을 다해 매진할 정도로 그것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죠. 만약 제 첫사랑이 EZ2DJ가 아니라 수학 공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면 제가 기억하는 것도 달라졌으려나요? 오호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