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할 일은 강아지들과 함께 하는 산책이었습니다. 저의 산책 메이트는 '캘리'라는 강아지였는데요. 원래 캘리는 힘이 무척 세고 젠틀한 편이 아니어서 남성 봉사자 분께 맡기셨어요. 그런데 제가 맡은 강아지가 그날따라 흥분을 해서 널뛰는 바람에 메이트를 바꾸어 제가 캘리와 함께 하게 되었죠. 초반에는 캘리가 여기저기 냄새를 맡겠다고 고집을 부려서 당황했지만, 어느새부턴가 제 보폭에 맞추어 걸어주더라고요. 평소에 그런 아이가 아니었다고 하니 '얘가 나랑 뭔가 통했나?' 싶더라고요.
딱 두세 시간의 봉사활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늦잠을 자고 일어나 TV를 보고 있을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봉사에 큰 뜻도, 관심이 있는 사람도 아니지만, 이렇게 한 번 봉사활동에 참여해보고 나니 제가 그동안 '봉사'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었던 부분이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이전에는 '봉사'를 떠올리면 위생적이지 않은 환경, 속상하고 마음 아픈 광경, 슬픈 감정, 힘든 노동이 필요한 일들이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다면, 이날부로 저에게 남은 봉사에 대한 기억은, 캘리와 함께 보폭을 맞추며 걸은 시간, 하루 종일이라도 쓰다듬어주고 싶은 귀염댕댕이들, 사료를 옮길 때 서로의 수고를 덜어주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마음, 처음 만난 사람들과 나눠 먹은 커피와 초콜릿이니까요.
저는 앞으로도 일주일에 두세 시간, 아니 한 달에 두세 시간만이라도 평소에 잘 안 하던 일을 찾아서 해보려고 합니다. 평소에 잘못 인식하고 있던 부분들을 깨기에 주말 두세 시간 정도면 충분하니까요. 몸집이 작은 제가 컨트롤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던 캘리가 세상 가장 젠틀한 산책 메이트가 되어준 것처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