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법은 틀렸지만, 오히려 약간 어긋남에서 비롯된 의외의 결과물이 사람들을 웃기는 포인트가 아니였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두 글자는 운 좋게 해볼 수 있다쳐도 글자수가 많아질수록 어려워질 텐데요. 최근 장도연 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TEO - 살롱드립>에 출연한 박명수 씨는 '살롱드립'으로 4행시를 해 또 한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살 : 살다 살다 정말
롱 : 롱다리 처음 봤네 정말. 어떻게 저렇게 롱다리인데다가
드 : 드립까지 잘 쳐? 내가 진짜 좋아하는
립 : 립제이 (안무가)
어떻게 하면 이렇게 순식간에 재미있는 문장을 완성할 수 있을까요? 그가 공개한 N행시 영업 기밀은 바로 '마지막을 먼저 만드는 것'입니다. 앞 부분에서 아무리 재미있게 문장을 만들어도, 마지막에서 힘을 잃으면 사람들을 웃기기는 어려울 테니까요. 또한 너무 오랫동안 고심하면 기대감도 반감이 되죠. 따라서 마지막을 계속 염두에 두면서, 앞 부분은 힘을 빼고 빠르게 채워나가는 것입니다.
그의 영업 기밀을 알고 나니 '살롱드립'이라는 4행시를 어떻게 완성했을지, 그의 머릿속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박명수 씨는 아마도 '살롱드립'이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립'으로 어떻게 마무리할지 가장 고심했을 테고, '립'으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다가 안무가 '립제이'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겁니다. '립제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을 웃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앞 부분에서 '립제이'를 떠올리지 못하도록 만들어야겠죠. 따라서 앞 부분에서는 진행자인 장도연 씨를 떠올리게 할 만한 '롱다리'나 '드립을 잘 친다'와 같은 단어와 문장들을 사용하면서 사람들을 완전히 '반전'에 빠뜨린 겁니다.
N행시든 어떤 글이든, 마지막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글을 쓰면, 글이 산으로 가버리기 때문입니다. 산으로 간다는 건, 어떠한 목적도 달성하지 못한 글입니다. 마지막을 잘 마무리한 N행시가 사람들을 웃기는 것처럼, 결론을 잘 지은 글은 사람들에게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하게 전달합니다.
그 다음으로, 결론을 향해 나아가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결론을 정하고 나면 결론이 정해지기 전보다는 글을 시작하기가 수월해지는데요. 마지막 문장까지 독자들이 기대감을 갖고 기다릴 수 있도록 앞 부분에는 마지막과 연관된 반전의 요소를 주거나 재미있는 예시를 들어 설명을 돕는 방법이 있습니다.
일글레는 '일하고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레터'의 줄임말인데요. 오늘은 일글레 삼행시로 마무리해보겠습니다.
일 : 일 잘하는 사람이
글 : 글도 잘 쓰면
레 : 레전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