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즐거운 일이 있어도, 늘 내 옆을 지켜주던 남편이 없다면 다 무슨 소용일까. 인생의 즐거운 순간들마다 슬픔을 배로 느껴야 했을 황화자 할머니의 마음이 시 한 편에서 온전히 느껴지는 듯 했습니다. 누군가는 '이 좋은 날에 왜 울어'라고 말했을지도 모를 그날, 할머니가 한 자 한 자 시를 써내려갔을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가슴이 찡해졌어요.
종종 누군가의 글을 읽고 그 자리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경험을 하곤 합니다. 대체로 '이 마음을 글로 꺼내기까지 홀로 얼마나 많은 밤을 눈물로 지새었을까' 싶은 글을 읽었을 때였던 것 같아요. 글로 마음을 꺼내본 사람들은 압니다. 무심히 '툭'하고 꺼내놓은 것처럼 보여도, 무수히 썼다 지웠다를 반복했을 거라는 걸.
마음을 꺼내어 글을 쓰는 일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제가 에세이를 쓰는 이유이자 가장 힘든 부분입니다. 처음 에세이를 쓰기 시작한 건, 어디에도 말하지 못한 마음을 꺼내고 싶어서였어요. 처음엔 10%, 다음 날엔 20%, 그 다음 날엔 30%... 그렇게 조금씩 제 마음을 꺼내다 보니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죠. 그러자 놀라운 일이 생겼습니다. 제 글을 읽은 독자 분들이 '나도 그렇다'며 공감을 해주신 겁니다. 우리는 서로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끼고 용기를 얻었습니다.
감동을 주는 글은 어떻게 쓸까요? 저는 솔직하게 쓰는 거라고 답합니다. 얼마 전, 한 유명 마케터가 쓴 에세이 책을 들고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갔어요. 7년 전, 한 마케팅 강의에서 처음 그 마케터를 알게된 후로 꾸준히 SNS나 책을 통해 그녀의 이야기를 접해와서인지, 그녀에게 내적 친분감을 느끼고 있는데요. 이번에도 마케팅 관련 인사이트를 담은 책이겠거니 하고 미용실에 들고 갔죠. 그런데 책을 읽던 중, 저는 한 지점에 멈춰 미용실에서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가 느껴온 어머니의 빈 자리에 대한 이야기였어요.
제가 눈물을 흘린 건, 단순히 슬픈 이야기여서가 아니었어요. 그녀가 책에 말하기를, 어디에서도 가족 이야기를 꺼내본 적이 없었다고 해요. 7년간 그녀의 콘텐츠를 샅샅이 읽어왔기에 저 역시 그 말이 사실이란 걸 알고 있어요. 그만큼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었다는 것. 저는 바로 그 지점에서 감동을 느꼈어요. '이 사람, 참으로 큰 용기를 내었구나' 싶어서요.
고백하건대 저는 에세이를 쓴 7년 동안 단 한 번도 제 마음을 100% 솔직하게 다 꺼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태생이 소심한 저에겐 쉽지 않은 일이지만, 여전히 조금씩 100%를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너도 그랬구나'라며 등을 토닥여주는 독자들을 생각하면, 황화자 할머니의 말씀처럼 내 마음 고스란히 써 내릴 용기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