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우리는 성인이 된 이후 무엇이 중요한지 스스로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저는 경제경영서나 에세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 어떤 문장에 밑줄을 그어야 할지 알 수 없었습니다. 깨끗한 책에 낙서를 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정말 이게 중요한 부분일까?'하는 자기 의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 권 한 권, 읽은 책이 쌓여갈수록 밑줄을 긋고 싶은 부분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밑줄 그은 부분이 실제로 중요한 부분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에게 독서는 남들이 생각하는 중요도가 아닌, 스스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알아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두 번째 학습법은 '주어진 텍스트 속에서 읽어낼 자료를 선택하는 훈련'입니다. 저는 문예창작학을 전공했지만, 수능 시험에서는 국어를 5등급 받았는데요. 너무 많은 텍스트가 한꺼번에 눈에 들어오면 글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 결국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은 '모든 문제를 하나하나 꼼꼼히 읽으려고 하지 말고 핵심을 찾으라'라고 말씀하셨지만, 당시 저는 그 말씀이 '서울에서 김 서방을 찾으라'는 말처럼 들렸죠.
짧은 시험 시간 동안 틀린 그림 찾기 하듯 문제를 푸는 것이 옳은 방식인지는 모르겠지만, 넘치는 정보들 사이에서 핵심을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은 현대 사회에서 유용한 능력은 맞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기획안을 작성한다고 가정해봅시다. 우리는 수많은 인터넷 자료들을 서칭하고, 필요하다면 여러 권의 책을 찾아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넉넉치 않은 시간 안에 그 정보들을 모두 다 살펴볼 여유는 없겠죠. 실제로 직장 생활을 하면서 너무 오래 자료 서칭만 하다가 기획안 마감 기한을 놓치거나, 모든 자료를 때려담는 식으로 기획안을 작성하는 사례를 여러 차례 본 적이 있는데요. 그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핵심을 빠르게 도출하는 능력은 '꾸준한 훈련'이 필요합니다. 만약 제가 학창시절에 비문학 독해 연습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연습했다면 국어 5등급을 받지는 않았을 겁니다. 성인이 된 이후, 글을 읽는 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글 읽는 속도도 빨라지고, 핵심이 자연스럽게 강조 처리 되어 눈에 들어오는 현상을 경험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연습만 한다면, 서울에서 김 서방을 찾을 수도 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