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기한에 맞춰 '이만하면 됐다'며 고만고만한 자료를 제출하는 것보다 때론 마지막 힘까지 다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갖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 다만 문제는, 커뮤니케이션적인 부분입니다. 이시훈 인턴은 선배 변호사에게 양해를 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상 '통보'를 한 것이나 다름이 없어요. 선배 변호사가 이메일을 읽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래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지 알 수 없는 상태로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니까요.
반면 다른 인턴의 경우, 8시 3분에 1차로 과제를 제출한 뒤, 8시 36분에 과제를 보완하여 2차로 제출합니다. 즉, 선배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1차 자료를 바탕으로 본래 예정했던 시간에 업무를 진행할 수 있고, 조금 늦더라도 보완된 자료를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일을 마무리할 수 있겠지요. 두 인턴 모두 늦게 제출했다는 점은 같지만, 일을 맡긴 선배의 입장에서는 확연히 다른 차이가 느껴질 겁니다.
저는 이 장면을 보면서 사회초년생 시절에 제가 회사에서 했던 실수들이 참 많이 떠올랐어요. 지금 말하면 참으로 부끄럽지만, 한 번은 대표님이 운전하시는 차 뒷자리에 올라탔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름 앞자리에 앉으면 불편해하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뒷자리에 앉은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참 엉뚱하고 어이가 없는 실수죠. (대표님이 앞으로 오라고 하셔서 다행히 앞자리에 앉아서 이동했고 대표님도 허허허- 웃어주셨습니다.)
누구에게나 처음이 있고, 누구나 실수를 합니다. 그래서 '인턴십'과 '수습 기간'이라는 것이 존재하겠죠. 따라서 사회초년생 때는 모르는 건 그때그때 물어보고, 조금이라도 헷갈린다 싶으면 어물쩍 넘어가지 말고 구체적으로 '말'을 하는 게 좋습니다. 저 역시 바로 뒷좌석에 가서 앉는 것이 아니라 "운전하시는 데 방해가 된다면 제가 뒷좌석에 앉을까요?"라고 여쭤봤다면 대표님의 기분이 덜 언짢으시지 않았을까요?
약 10년간 회사에 다녔지만 회사는 일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곳도 아니고, 나 혼자만 잘한다고 해서 되는 곳도 아니라는 걸 매번 느끼고 있습니다. 처음이라 조금 서툴면 어때요. 초보자에게는 질문을 많이, 그것도 아주 많이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질문을 통해 다양한 시선과 입장을 생각하는 법을 배운다면 누구보다 빨리 회사에 적응하고 일 잘하는 인재로 거듭날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