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신부 유은진의 동생 유수진입니다.
오늘 언니와 형부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저희 언니와 저는 정말 가깝게 30여 년을 함께 살아왔습니다. 친하게 지내는 자매들이 많다지만, 저희 자매처럼 10대 때는 하루 종일 같이 테트리스 게임을 하고, 20대 땐 같이 아르바이트도 하고, 30대 땐 자주 여행을 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공유하는 자매는 세상에 없지 않을까 자부할 정도입니다.
저희 자매에게는 공통점이 많은데요, 그중 하나는 겉으로 보기엔 강철부대처럼 생겼지만, 알고 보면 마음이 여리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학창 시절, 제 눈에 좋아 보이는 것들이 꼭 언니에겐 많았는데요. 언니는 모르겠지만 언니가 아끼는 옷을 몰래 학교에 입고 갔다가 첩보영화를 찍듯 다시 몰래 언니 옷장에 갖다 놓곤 했습니다.
한 번은 소풍날, 언니의 디지털카메라를 너무 가져가고 싶어서 며칠 내내 찡찡거려 겨우 카메라를 받아냈습니다. 그건 너무 무서워서 몰래 가져갈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런데 소풍을 가는 버스에서 언니한테 문자 한 통이 왔습니다.
가방 속주머니 한번 보라고요.
속주머니를 보니 혹시라도 카메라 건전지가 닳을까 여분의 건전지와 용돈 3만 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날 친구들에게 수진이는 그런 언니가 있어서 참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도 들었습니다.
애초에 처음부터 그냥 주면 될 것을, 왜 이렇게 감동적으로 주는지는 모르겠지만, 겉으론 못된 척 해도 사실은 누구보다 동생이 즐거운 소풍을 보내고 오기를 바란 사람이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옷을 훔쳐 입는 것을 알고도 모른 척했을지도 모르지요.
집에서는 장녀로, 동생에게는 듬직한 언니로, 직장에서는 성실하고 책임감이 넘치는 선생님으로.
때론 책임감이 너무 강하고, 자기 자신보다 남을 생각하는 게 먼저인 사람이라 걱정이 됩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형부가 언니의 그 속마음까지 훤히 들여다 봐주는 큰 분이어서, 저는 그것이 참 감사하고 마음이 놓입니다.
아마도 언니는,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그 누구보다 형부를 잘 챙겨줄 거예요. 또 형부는, 늘 언니보다 더 먼저 언니를 잘 챙겨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기쁠 땐 함께 기쁘고, 힘들 땐 같이 이겨내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는 부부가 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행여 두 사람이 힘이 부치는 날에는, 조금의 망설임 없이 저를 찾아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별명이 나쁜 비둘기인데요. 두 사람이 혹시라도 싸우면 제가 양가에 다 떠들고 다닐 테니 싸우시더라도 금방 화해들 하시고, 앞으로 평생 동안 건강하고 행복하게만 살기를 응원하겠습니다.
결혼 축하드리고, 행복하세요.
2024년 12월 14일
신부 유은진의 동생 유수진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