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많은 분들이 일터에서 한 번쯤 무례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있으실 거예요. 루리 씨와 비슷한 사례로 저는 20대 때 경마공원에서 매표 알바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한껏 흥분된 상태로 "XXX아, 빨리 표 내놔"하며 소리지르는 손님들을 거의 매주 만났죠. 그런데 어느 날, 제 옆에서 같이 일을 하던 동료가 손님에게 욕을 먹고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그때 제가 동료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건, 그저 동료가 울고 있을 동안 더 많은 손님을 받는 것뿐이었어요. 얼마 후 그 동료는 일을 그만두었는데, 그때 동료와 같이 싸워주지 못한 게 못내 미안했습니다.
일명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이라고, 어느 조직이든 일정량의 '또라이'가 존재한다는 속설이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서비스직 업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직장에서도 무례한 사람을 종종 만나곤 합니다. 일터에서 무례한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루리 씨의 대처법을 기반으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첫째, 무조건 '죄송합니다'라고 하지 않기. 나의 실수로 인해 문제가 발생했다면 당연히 사과를 하는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상황을 빨리 모면하려고 '죄송합니다'라고 사과를 해버리면 상황 자체는 모면이 된 것 같지만 나에게는 상처가 남게 됩니다. 위 스타벅스 알바생도 처음엔 '죄송합니다'하고 상황을 모면하는 선택을 해보기도 했지만 2~3일이 넘게 후회가 남았다고 해요. 즉, 이것은 나를 지켜내지 못한 방법입니다. 습관적 사과 대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되죠. 저는 잘못한 게 없습니다."라고, 할 말은 해야 합니다.
둘째, '역지사지'를 보여주기. 루리 씨는 손님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미러링' 방법을 씁니다. 손님이 "XX"라고 욕을 하면 "손님, 제가 손님한테 XX라고 욕하면 좋아요?"라고 응수하고, 손님이 "X같은 거 만들어가지고"라고 욕을 하면 "어우~ X 같았어요?"라고 응수하는 거죠. 사실 이 방법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이 나보다 힘이 셀 경우 싸움으로 번졌을 때 육체적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직장이라면 직장 상사에게 미움을 사서 평가를 안 좋게 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따라서 이 방법을 쓸 땐 '능글맞음'과 '유머'가 필요합니다. 무례한 사람은 자신이 잘못한 걸 알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사과를 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있는데요. 분위기를 무겁지 않게 만들면서도 유머러스하게 받아치면 상대방은 멋쩍어하며 자신의 잘못을 뉘우칠 기회를 갖게 됩니다.
셋째, 단단한 멘탈 갖기. 무례한 사람을 마주칠 때마다 상처를 받거나 무례한 사람이 원하는 대로 따라준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저라고 해서 "XXX아, 빨리 표 내놔"라고 욕하는 손님에게 상처를 받지 않았던 건 아닙니다. 다만 '응수할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무시했을 뿐이죠.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거나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큰 상처를 받았다면 그땐 정말로 단단히 멘탈을 잡아야 합니다.
단단한 멘탈은 '여유'에서 비롯됩니다. 마음이 조급하면 여유가 없어지고, 여유가 없으면 내가 원하는 대로 상황을 이끌어가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죠. 상대방에게 곧바로 응수하려고 하지 말고, 우선 크게 심호흡을 합니다. 그리고 마음 속에 안정이 찾아왔을 때, 하고 싶은 말을 하면 됩니다. 만약 제가 알바를 하던 그때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그렇게 급하면 어제 오시지 그랬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