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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둘째 날,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온 뒤 근처에 있는 <설악산책>이라는 곳에 들렀어요. 책과 음악, 그리고 커피까지 즐길 수 있는 근사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여러분들께 꼭 추천해드리고 싶을 만큼 마음에 들었어요. 책 한 권을 구매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읽다 보니 어느덧 시간이 저녁 6시가 다 되었어요. 설악산 근처에 있는 곳이라 6시만 되어도 금세 주변이 캄캄해졌어요. 숙소까지는 차로 15분 거리라 서둘러 가방을 챙겨 택시를 불렀죠.
아뿔싸. 아무리 택시를 호출해도 잡히지 않았어요. 설악산에 갈 때나 속초시장에 갈 때나 버스가 많지 않아서 주로 택시만 이용했기 때문에 점점 더 불안감이 엄습했죠. 날씨라도 좋으면 1시간이라도 걸어가겠지만 한파주의보가 내린 날이었고,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건 무리였어요. 혹시라도 버스가 있을까 해서 찾아보니 이게 웬걸, 설악산책 바로 앞에 버스 정류장이 있었어요. 게다가 하루에 딱 2번 운행하는 2-2 마을버스가 3분 뒤 도착한다는 겁니다!
정류장에 도착하니 짜인 각본처럼 버스가 제 앞에 섰습니다. '살았다'는 마음으로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버스 기사님께 "고속버스터미널 가지요?"하고 여쭤봤어요. 기사님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죠.
"이게 교도소 있는 곳까지 갔다가 오느라 좀 돌아가요. 괜찮겠어요?"
버스 노선이 좀 돌아가면 어떻습니까. 추운 날씨에 버스에서 몸이라도 녹일 수 있다면 감지덕지였어요. 얼마나 걸릴지도 모를 낭만적인 드라이브는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기사님 말씀처럼 버스는 한참 돌아 점점 더 인적이 드문 곳으로, 칠흑 같은 어둠 속을 향해 달렸어요. 너무 캄캄해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저 멀리 교도소가 보였어요. 버스를 타지 않았더라면 평생 보지 못했을 곳이겠죠.
설악산책에서 숙소 근처의 버스 터미널까지, 택시를 탔다면 15분 정도 걸렸겠지만 버스는 그보다 두 배가 넘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버스에서 내리려고 하는데 기사님이 처음 버스에 탈 때와 같은 미소로 말씀하셨습니다.
"지루하셨죠?"
버스는 그저 노선대로 운영했을 뿐인데. 서울에서 온 승객을 대하는 기사님의 다정함과 친절함에 저는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이 모두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죠. 생각지 못한 무언가를 만나는 것. 이게 바로 제가 휴가를 내고 여행을 떠나온 이유라는 걸.
서울살이에 지쳐 도망치듯 속초행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바다라도 보면 마음의 오물이 씻겨 내려갈까 싶었죠. 하지만 바다를 보아도, 그 유명하다는 설악산 케이블카를 타도 신이 나지 않았어요. 바다는 늘 그렇듯 크고 거칠었으며, 케이블카는 서로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다투는 서울의 지옥철과 다를 바 없었거든요.
대신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준 건, 하루에 딱 2번 운행하는 버스를 타고 어디로 갈지 모르는 곳을 향해 캄캄한 도로를 달린 시간이었어요. 한 편의 영화 속 주인공이 된 게 아닐까 착각이 될 정도로 모든 게 완벽했죠. 정신없이 버스에서 내리느라 마을 버스 기사님께 인사드리지 못했지만, 꼭 이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이 지루함을 위해 여행을 떠나왔다고. 덕분에 다시 서울에 올라갈 힘을 얻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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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글레 발행인이 뽑은 문장
📌 어차피 정답은 하나밖에 없다. 영주가 스스로 생각해낸 답이 지금 이 순간의 정답이다. 영주는 정답을 안고 살아가며, 부딪치며, 실험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걸 안다. 그러다 지금껏 품어왔던 정답이 실은 오답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또 다른 정답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평범한 우리의 인생. 그러므로 우리의 인생 안에서 정답은 계속 바뀐다.
📌 책을 읽는 일과 커피 내리는 일은 비슷한 점이 꽤 있는 것 같았다.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이 그렇고, 하면 할수록 더 빠져든다는 점이 그렇고, 한번 빠져들면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점이 그렇고, 점점 더 섬세함이 요구된다는 점이 그렇고, 결국 독서의 질과 커피의 질을 좌우하는 건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는 데서 비롯된다는 점이 그렇다.
👩💻 <직장인의 슬기로운 글쓰기 생활> 원데이 클래스 안내
2월 8일(토), 클럽스토리지에서 오랜만에 글쓰기 원데이 클래스를 엽니다! 퇴근 후 에세이를 써보고 싶거나 글쓰기를 통해 자기만의 무기를 갖고 싶은 분, 혼자만 보는 글이 아닌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은 분들께 저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직장인이 아니시더라도 글쓰기 외 다른 일을 병행하면서 꾸준히 나의 글을 쓰고 싶은 분들도 대환영입니다!
*커리큘럼
1. 직장인에게 글쓰기를 권합니다.
2. 직장인은 작가가 되기에 최적입니다.
3. 초보자도 따라할 수 있는 글쓰기 기술
4. 베테랑 작가는 태도로 만들어집니다.
*진행자 소개
회사에서는 PR/마케터로 일하고 회사 밖에서는 작가로서 글을 쓰거나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눕니다. 책 <처음 쓰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수업>, <나답게 쓰는 날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 아무에게나 쓰다>를 썼으면 '일글레'라는 이메일 레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