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영화를 시청했습니다. 아니, 이게 무슨 변화냐고요? 사실 저는 요즘 러닝타임이 2시간 넘어가는 영화를 시청하질 못했습니다. 도통 긴 스토리에 집중해 빠져들기가 어렵더라고요. 잠들기 전에는 '숏폼'만 소비했고, 잠깐만 보겠다던 계획은 1시간이 넘어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런 제가 영화 <테넷>을 다시 봤습니다. 테넷은 150분이나 되는 데다가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꽤 복잡한 스토리 때문에 한 번 보고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작품인데요. 오랜만에 영화에 푹 빠져 들고 보니, 그동안 영화 한 편이 선사하는 감동을 잊고 살았다는 게 실감이 나더군요.
둘째, 청소를 했습니다. 평소에는 꼼꼼히 챙기지 못했던 곳들을 청소했는데요. 이를 테면 유리 세정제로 거울을 광이 나게 닦거나, 오래된 화장실 슬리퍼를 교체하거나, 며칠 동안 뜯지 않은 택배 상자를 열고 분리수거를 하는 거죠. 퇴근하고 집에 오면 눕기 바빠서, 집안이 '돼지우리'라고 표현해도 할 말이 없을 정도가 되었어요. 치워야지, 치워야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당장 몸이 피곤하니까 침대부터 찾게 되더라고요. 하지만 주변을 깨끗이 청소하고 말끔해진 집안을 보니 제 마음속까지 정화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덕분에 침대가 아닌, 깨끗하게 치워진 책상 위에서 재미있는 일을 도모해보고 싶은 에너지가 생겼죠.
셋째, 퇴직연금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는 재테크의 '재'자도 잘 모르는데요. 그래도 최근 들어 주식도 해보고, 퇴직 연금도 운용하며 조금씩 미래를 준비해 나가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퇴직연금을 제대로 운용하고 있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책 <자동 부자 습관>을 읽다가 문득 그 생각이 나 계획을 세웠죠. 대단한 계획까지는 아니지만 퇴직연금에 대한 계획을 노트에 끄적거리고 나니 왠지 모를 안정감이 느껴졌어요.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높아질 때에는 무조건 많은 일로 시간을 채울 게 아니라, 차분하게 미래 계획을 세워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제 일상으로 돌아와 그동안 쌓인 일들을 헤쳐나가고 있지만, 설 연휴 전의 일상과 똑같은 일상은 아닙니다. 긴 연휴 동안 회복된 몸과 마음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힘을 만들어주었거든요. 따라서 우리는 가끔씩 모든 일상을 완전히 멈추고, 일상을 되돌아볼 여유를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여유가 있을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여유는 내가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보충해 채우고, 나를 나태하게 만드는 것을 발견해 제거함으로써 균형적인 삶을 살아가게 합니다. 아, 그래서 다음 연휴는 언제더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