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수 씨에게 실패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그는 시간이 흘러 <슈가맨> 프로그램에 출연해 게릴라 콘서트가 인생에서 가장 기쁜 순간이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비록 미션에는 실패했지만, 미션에 도전하지 않았다면 신인가수인 자신을 보기 위해 찾아와준 4,362명의 관객을 만날 기회를 얻지 못했을 테니까요. 저 역시도, 동네방네 콘서트를 홍보하던 그의 모습이 기억날 정도이니, 그의 열정만큼은 실패와 성공이라는 이분법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으리라 생각됩니다.
"인생의 속도를 높이는 것 역시 어떤 목적의식, 즉 미션이 있을 때 가능하다. 미션은 뇌의 안테나를 세우고 필요한 모든 정보들을 수집한다." - 간다 마사노리, <비상식적 성공 법칙>중에서
러시아 대문호 도스토옙스키는 스스로에게 부여한 엄청난 미션을 성공시킨 작가입니다. 그는 <죄와 벌>을 연재할 무렵, 잡지와 출판사가 연달아 망하고 갑자기 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형수와 조카들의 생계도 책임져야 했는데요. 돈이 급해진 그는 또다른 출판사와 '27일 만에 새로운 장편소설을 완성하지 못하면 향후 9년간 출판권을 모두 넘긴다'는 조건으로 선불 계약을 맺었습니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이고 불가능해보이는 계약이었는데요. 과연 도스토옙스키는 27일 만에 장편소설을 쓸 수 있었을까요? 그는 속기사를 구해 밤낮으로 구술하며 소설을 받아 쓰게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27일 만에 <노름꾼>을 탈고하고, 동시에 <죄와 벌>의 최종회 연재 원고까지 완성했습니다.
만약 도스토옙스키가 27일 만에 새로운 장편소설을 쓰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그는 기존에 쓰고 있던 <죄와 벌>만 완성시켰을 겁니다. 그것 또한 대단한 일이겠지만, <노름꾼>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겠지요. 즉, 27일 만에 장편소설을 쓰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27일 만에 장편소설을 쓰겠다는 미션을 스스로에게 부여하는 것입니다. 사람은 다소 어려운 미션을 부여받으면, 어떻게든 그것을 해결할 방법 혹은 도와줄 사람을 찾기 시작합니다. 도스토옙스키가 27일 만에 장편소설을 쓰기 위해 속기사의 힘을 빌린 것처럼 말이죠.
저는 요즘 책 <처음 쓰는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특강>을 출간한 후, 홍보에 책임감을 느끼며 북토크를 기획하고 사람들을 모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와 달리 꽤 내향적인 사람이라서 아무도 관심을 안 가져주시면 어쩌지, 아무도 안 오시면 어쩌지... 하며 걱정부터 앞서더군요. 그럼에도 저는 북토크를 할 만한 공간부터 덜컥 대관해버렸습니다. 심지어 서울도 아닌, 저희 동네 안양에 최대 2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꽤 큰 공간을 말이죠. 그래도 저는 <게릴라 콘서트>를 하는 가수의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해 홍보를 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이렇게 저를 불구덩이에 빠뜨리고 나면, 27일 만에 장편소설을 써낸 도스토옙스키처럼 어떻게든 스스로 헤쳐나올 방법을 찾지 않을까요?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얻는 것이 있을 테니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 보려고 합니다. (과연 그 결과는 어떨지, 다음에 후기 전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