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김지은 기자가 '뉴스위크 한국판'에서 일하던 시절, 배우 김혜수 씨를 인터뷰할 기회가 생긴 적이 있습니다. 김혜수 씨는 예나 지금이나 워낙 대스타였던지라 연락처를 알아내기까지도 쉽지 않은 여정이었는데요. 어렵게 연락처를 얻고 인터뷰 허락까지 받았지만 그녀의 매니저로부터 '30분 안에 인터뷰를 끝내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됩니다.
30분, 인터뷰를 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 하는 수 없이 김지은 기자는 약속 시간보다 1시간 먼저 촬영장으로 갔습니다. 혹시라도 앞 촬영이 일찍 끝나면 인터뷰할 시간을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었죠. 아니나 다를까, 앞 촬영이 일찍 끝났고 김지은 기자는 드디어 배우 김혜수 씨와 인터뷰를 하게 되었습니다. '전국적인' 인물을 인터뷰 하는 건 처음이라 무척 긴장된 상태로.
"옷 색깔이 참 예뻐요!"
김혜수 씨는 풀빛 원피스를 입고 있던 김지은 기자에게 살가운 칭찬부터 던졌습니다. "우리 더 가깝게 앉아요"라며 의자를 당겨 앉기도 하고, 직접 녹음기를 들고 말하겠다고도 했죠. 김지은 기자는 저서 <태도의 언어>를 통해 그날 자신이 입은 옷차림과 김혜수 씨의 음성까지 어제 일처럼 기억나는 건, 그 말에 담긴 그의 다정하고 배려 깊은 태도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 업무로 고객사 인터뷰를 종종 나가는 저 역시, 얼마 전 기억에 남는 인터뷰이를 만났습니다. 그분이 일하는 곳으로 찾아간 저와 제 동료는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준비된 스튜디오로 향했는데요. 그는 인터뷰를 하기도 전에 준비해 둔 답변지를 제게 건네주었습니다. 사실 저희가 인터뷰를 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저희 서비스에 대한 성공사례를 얻기 위해서인데요. 저희 서비스를 이용한 후, 어떠한 성과가 있었는지 인터뷰를 하기도 전에 미리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주신 겁니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포즈를 취할까요?", "무신사 느낌으로 찍어주시겠어요?"라며 분위기를 띄우며, 저희가 사진 촬영을 편히 할 수 있도록 다양한 포즈를 취해주시기도 했죠.
인터뷰는 인터뷰어에게도, 인터뷰이에게도 어려운 일입니다. 어렵다는 건 이중적 의미입니다. 실제로 업무의 난이도가 높다는 뜻이기도 하고, 서로에게 불편한 일이기도 하다는 것이죠. 인터뷰어 입장인 저로서는 인터뷰에 쓸 만한 내용을 얻지 못할까 봐, 인터뷰이에게 실례를 범할까 봐, 인터뷰를 하는 동안 중요한 내용을 놓칠까 봐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죠. 그럴 때, 한 발짝 먼저 다가와주는 인터뷰이를 만나면 바짝 긴장되어 있던 마음이 느슨하게 풀어지면서 비로소 깊은 대화로 빠져드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