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버티고 있나요? 언제까지 버텨야 할지 모르겠나요? 오늘의 일글레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아나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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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션이 1등을 뽑는 프로그램인 것 같죠? 오디션은 떨어뜨리는 싸움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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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K>부터 시작된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과연 누가 영예의 1등을 안고 억대의 상금을 받게 될지, 매주 손에 땀을 쥐고 지켜보게 만들죠. 그런데 최근 JTBC 예능 프로그램 '짠당포'에 출연한 윤종신 씨가 한 말을 듣고 오디션의 본질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1등을 뽑는 프로그램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탈락자를 떨어뜨리는 싸움이라는 것을요.
심사위원들은 매주 1등을 뽑지 않습니다. 탈락자를 뽑죠. 1Round에서 탈락한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이 2Round로 넘어가고, 2Round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3Round로 넘어가고... 그렇게 수많은 싸움을 거쳐 마지막까지 남은 사람이 1등이 되는 시스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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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넷플릭스 서바이벌 게임 예능 <피지컬:100>의 한 장면입니다. 최강 피지컬이라 자부하는 100명이 철봉에 매달려 가장 오래 버틴 1인을 뽑는 게임이었어요. 이 역시 팔힘이 가장 센 1등을 뽑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가장 늦게 아래로 떨어진 사람을 뽑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팔힘이 강한 사람이 유리할 순 있어도 그것이 게임의 유일한 승부수는 아닙니다. 옆 사람과의 심리전은 물론, 반드시 버텨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의지력과 온몸을 이용해 버티는 요령이 이 게임의 진짜 승부수이죠.
그런데 이를 악물고 철봉에 매달려 있는 이 모습. 어딘가 회사원의 모습과도 비슷해 보이지 않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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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경기 악화로 인해 대기업에서까지 권고 사직 바람이 불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심지어 30대 초반인 직원들까지 권고 사직 통보를 받았다고 하니 혹여 다음 화살을 내가 받게 되는 건 아닌지, 과연 회사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막막해져만 갑니다.
최악의 경우에는, 내 선택이 아닌 타의에 의해 퇴사를 하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퇴사를 고민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포의 3년, 6년, 9년. 요즘에는 그 주기가 더 빨라졌다고 하지만 보통 3년을 주기로 퇴사 뽐뿌가 터진다고들 하죠. 딱 그 시기만 잘 버텨내면 큰 파도 없이 안정적으로 회사에 다닐 수 있다고, 회사도 결국 버티는 사람이 이기는 곳이라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제가 그 첫 번째 고비를 버티지 못하고 퇴사했을 때, 나와 달리 고비를 넘긴 사람들이 더 승승장구 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왜 더 버티지 못했을까' 생각하며 탈락자가 된 심정에 우울감이 휘몰아치기도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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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게도 제가 겪어온 사회는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자가 승리하는 서바이벌 게임'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최대한 버틸 수 있다면 버티는 것이 좋다'는 말이 일정 부분 수긍도 됩니다. 그러나 만약 (세상에 있지도 않은) 제 동생이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다고 하면, 저는 맛있는 거 많이 먹이고 좋아하는 것 많이 사주고는 내일 출근 잘하고 오라고 말할 거예요. 괴롭히는 상사나 동료가 있다면, 은근하고 교묘하게 되받아치며 최대한 버텨내는 요령을 알려줄 겁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이 말은 꼭 해줄 거예요. 네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기준'을 정하고, 그 기준 바깥을 벗어나면 미련 없이 포기하고 새로운 오디션을 준비하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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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주식을 조금 하는데요. 가장 어려운 게 매도 시점입니다. 주식이 10% 정도 떨어졌길래 이 정도야 괜찮겠지 하며 놔두었더니 어느샌가 반토막이 나버렸어요. 여전히 그 주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대로 놔둔 상태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2022년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대한민국 부자들의 금융 행태를 분석한 '2022 코리아 웰스 리포트'에 따르면, 금융자산을 10억 이상 가지고 있는 부자들은 주식이 15퍼센트 하락하면 손절매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15퍼센트가 적절한 수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그들에게는 포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아마도 그렇게 살려낸 주식 일부를 다른 주식에 투자함으로써 손해 본 금액을 다시 회복시켜 나갈 테죠.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한 환경에 좁혀진 시각 때문에 회사가 탈락자를 떨어뜨리는 오디션 프로그램이나 서바이벌 게임처럼 보일 때도 있지만 회사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오디션 프로그램도 서바이벌 게임도 아닙니다. 버텨내는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 버티되, 자신이 버텨낼 수 있는 기준점을 넘어섰을 때에는 미련 없이 포기하고 새로운 오디션장을 찾아 떠나야 합니다.
제 기준점은 성장이었습니다. 성장 이외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를 악물고 참든, 회의실에서 울고불며 싸우든 어떻게든 버텨냈어요.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라도 한 걸음이라도 더 성장할 수 없다면 미련 없이 포기했습니다. 내 기준을 생각하면 한밤중 휘몰아친 후회가 아침이면 싹 사라졌죠. 내가 무턱대고 포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버텨내지 못한 탈락자가 아니라는 것을 내 기준이 입증해주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버틸까요, 말까요?"라는 질문에 대한 저의 답입니다.
일글레 발송인 유수진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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