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찬가지로, 우리는 모두 '회사원'이라 불리지만 그 안에서 각자만의 개성을 살릴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 처음 IT기업에 입사했을 때, 개발자들과 기획자들 사이에서 바보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회의에서 주고받는 말들 중에 반의 반도 못 알아듣고 나왔을 때, 퇴사를 해야 할까 심각하게 고민을 하는 저에게 한 동료가 말했습니다.
"수진님은 우리 회사에서 글을 가장 잘 쓰는 사람이에요. 개발자들이 쓰는 개발 용어를 못 알아듣는 건 당연한 일이죠. 그러니 낙심할 필요 없어요. 우리 회사에서 수진님만큼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저는 그 후로 회사에서 글을 쓰는 일에 더욱더 최선을 다했습니다. 블로그 글을 하나 쓰더라도 조금이라도 남들과 다르게, 고객 이메일을 보낼 때에는 오픈율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게 열과 성을 다했습니다. 나는 이 회사에서 글을 가장 잘 쓰는 사람, 그 타이틀에 맞게 내 역할을 충실히 다해내고 싶었어요. 그 타이틀을 빼앗기고 싶지도 않았고요. 그렇게 10년을 살아오니 저는 '글을 잘 쓰는 마케터'가 되었습니다.
'마음을 놓아 이곳에서 날 불러 눈물은 닦고 달려온 나의 저 길을 바라봐'
- 송소희, 'Not a dream'중에서
국악인으로서 지켜야 했던 규율들에 의문이 들었던 청소년 시절의 송소희 씨는 혼자 군산 여행을 떠났다가 한 할아버지를 만났습니다. 일면식도 없던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순리대로 살라'는 말을 해주었고, 그 말은 그녀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고 합니다. 상황에서 벗어나기보다는 인정하고, 흐르는 대로 흘러가 보라는 말씀에, 그녀는 국악의 전통을 지키는 동시에 본인만의 분야를 개척해 낼 수 있었습니다. 국악이 없었다면, 지금의 그녀도 없었을 테죠.
오늘은 나를 가두고 있다고 느껴지는 규율이나 틀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규율에 갇혀 있기만 할 것인가, 그 규율 속에서 나만의 개성을 찾아 나설 것인가, 우리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